과학-원소&주기율표

AI의 초중원소 예측

think83654 2025. 8. 21. 00:24

과학은 언제나 인간의 상상력과 도전정신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넓혀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인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접근하기 어려운 벽에 부딪히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영역이 바로 초중원소(superheavy elements) 연구이다. 원자번호 118번 오가네손(Og) 이후의 원소들은 반감기가 극도로 짧고, 합성 실험 자체가 매우 낮은 확률로만 성공한다.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대규모 입자가속기를 가동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막대한 자원과 비용이 투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 결과가 항상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계산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과학적 동반자로서 주목받고 있다. AI는 기존에 축적된 방대한 물리·화학 데이터를 학습하고,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수행하며, 기존 이론이 다루기 어려운 불확실한 영역까지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특히 초중원소 연구에서는 실험적 제약을 넘어, 미래의 주기율표 확장 가능성과 원소의 화학적 성질을 예측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는 단순히 연구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가 앞으로 어디까지 주기율표를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공한다.

AI의 초중원소 예측
AI의 초중원소 예측

AI와 계산화학의 융합

AI가 원소 예측에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영역 중 하나는 계산화학(computational chemistry)과의 융합이다. 기존의 계산화학은 슈뢰딩거 방정식과 같은 양자역학적 공식에 기반하여 원자의 전자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소의 성질을 추론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원자번호가 100을 넘어서면서 상대론적 효과가 커지고, 전자 간 상호작용이 극도로 복잡해지면서 기존의 계산 방식은 엄청난 연산량을 요구하거나 근사값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서 AI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기존에 계산된 수많은 원자 및 분자 데이터 세트를 학습하여, 복잡한 방정식을 직접 풀지 않고도 유사한 조건에서의 전자 배치와 화학적 특성을 예측할 수 있다. 예컨대, 원자번호 119번이나 120번 원소가 어떤 전자 오비탈에 전자를 채우게 될지, 주기율표의 패턴을 그대로 따를지 혹은 예외적 배열을 보일지에 대해 AI는 기존 데이터 기반으로 예측 모델을 만든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이론적 가설이 아니라, 실제 실험 설계 단계에서 연구자들이 집중해야 할 가능성을 좁혀준다.

실제로 최근에는 양자역학 계산과 머신러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 모델은 기존 계산화학보다 수십 배 이상 빠르면서도, 결과의 정확도는 오히려 높게 유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AI는 단순히 계산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초중원소의 화학적 성질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AI로 초중원소 안정성 예측

초중원소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이 원소가 얼마나 오래 존재할 수 있는가?”이다. 대부분의 초중원소는 생성되자마자 극도로 빠르게 붕괴한다. 따라서 그 반감기가 실험적으로 측정될 만큼 충분히 긴지, 그리고 안정성의 ‘섬(Island of Stability)’에 속할 가능성이 있는지가 연구의 초점이 된다.

AI는 기존의 핵물리학 데이터 예를 들어, 알려진 원소들의 붕괴 모드, 중성자와 양성자의 비율, 핵각운동량과 에너지 준위를 학습하여, 새로운 초중원소의 안정성을 예측할 수 있다. 전통적인 핵모델은 특정한 ‘마법수(magic number)’ 조합에서 안정성이 높을 것이라 예측했지만, 실제 초중원소 영역에서는 이론과 실험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AI는 이러한 불일치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원자번호 126번 원소가 상대적으로 긴 반감기를 가질 것이라는 가설은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지만, 기존 계산만으로는 구체적 예측이 어려웠다. AI는 다양한 데이터 세트를 학습하여, 해당 원소의 핵구조가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률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이는 연구자들이 막대한 자원을 들여 실험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핵심적인 지표로 작용한다.

AI의 초중원소 실험 설계의 혁신

초중원소 합성 실험은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초정밀 작업이다. 어떤 표적 원소와 어떤 입자를 충돌시킬지, 충돌 에너지를 어떻게 설정할지, 얼마나 오랜 시간 데이터를 수집할지 모두 결과에 큰 영향을 준다. 과거에는 이러한 조건이 연구자의 직관과 경험에 의존했지만, AI는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효율적인 설계를 도출해낸다.

예컨대, AI는 수천 가지의 충돌 조합을 시뮬레이션으로 실험하여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경우를 추천할 수 있다. 또한 충돌 후 발생하는 수많은 신호 중에서 실제 초중원소의 붕괴 사슬을 나타내는 신호를 빠르게 구별하는 데도 활용된다. 기존에는 연구자가 긴 시간 데이터를 직접 분석해야 했지만, AI는 실시간으로 잡음을 제거하고 의미 있는 패턴을 추출할 수 있다. 이로써 초중원소 연구는 ‘가능성에 의존한 실험’에서 ‘데이터 기반의 전략적 실험’으로 전환되고 있다.

AI의 한계와 위험성

물론 AI의 예측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AI는 본질적으로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기존 데이터에 오류나 편향이 존재한다면 그 결과도 왜곡될 수 있다. 초중원소 연구에서는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작은 편차도 큰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AI의 예측은 어디까지나 가설을 보완하는 수단이지, 실험을 대체하는 ‘정답’은 아니다.

또한 AI의 활용에는 윤리적 우려도 따른다. 만약 AI가 안정적인 초중원소의 특성을 빠르게 예측한다면, 이는 핵무기 개발과 같은 군사적 목적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 초중원소가 단순히 학문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특정 산업이나 군사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과학계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AI를 초중원소 연구에 적용할 때는, 과학적 이익과 사회적 위험을 동시에 평가하는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결론

AI는 초중원소 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열고 있다. 과거에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는 계산을 단축시키고, 불확실한 실험 조건을 미리 최적화하며, 인간이 쉽게 인식할 수 없는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은 분명히 획기적이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과학자의 상상력을 확장하고 실험을 현실로 끌어내리는 ‘가속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AI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인간 과학자의 경험과 직관을 보완하는 것이다. 과학의 본질은 실험과 검증에 있으며, AI가 제시하는 예측은 새로운 발견의 방향성을 제시할 뿐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초중원소 연구는 AI의 계산 능력 + 인간의 창의적 해석 + 실험적 검증이라는 세 축이 균형을 이룰 때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AI의 원소 예측은 주기율표의 확장이라는 거대한 퍼즐을 푸는 과정에서, 인류가 손에 쥔 새로운 열쇠다. 이 열쇠가 열어줄 미래는 단순히 새로운 원소의 발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물질의 근본 구조를 더 깊이 이해하고, 미래의 과학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설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