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원소&주기율표

119·120번 원소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유

think83654 2025. 8. 3. 17:42

이번 편은 119·120번 원소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19·120번 원소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유
119·120번 원소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유

인류는 주기율표를 통해 물질의 구조를 이해하고 원소의 규칙성을 발견해왔다. 118번 원소 오가네손의 발견은 7주기를 마무리하는 결정적 사건이었으며, 이후 많은 과학자들은 자연스럽게 119번과 120번 원소의 발견을 기대하게 되었다. 이론상으로는 이 두 원소가 주기율표의 8주기 시작점에 해당하며, 각각 알칼리 금속족과 알칼리 토금속족에 속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119번과 120번 원소는 실험적으로 검출되지 않았으며, 그 존재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119번과 120번 원소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구체적 이유를 과학적, 기술적, 이론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초중원소의 합성은 단순한 실험을 넘어, 핵물리학, 양자역학, 가속기 기술, 그리고 국제 협력의 복합적 과제임을 보여준다.

핵합성 기술의 한계와 실험 실패의 구조적 원인

119번과 120번 원소가 발견되지 않은 가장 주요한 이유는 이들 원소를 합성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의 한계 때문이다. 초중원소는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핵 합성이라는 극도로 낮은 확률의 반응을 통해 생성해야 한다. 이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은 핵융합 반응(fusion reaction)이며, 두 개의 원자핵을 고속으로 충돌시켜 새로운 무거운 원자핵을 생성하는 것이다.

문제는 원자번호가 커질수록 생성 확률, 즉 핵반응의 교차 단면적(cross-section)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점이다. 118번까지는 칼슘-48 같은 안정적인 경량 원소와 퀴륨이나 아메리슘 같은 타깃 원소의 조합으로 합성이 가능했지만, 119번과 120번은 그보다 훨씬 무거운 핵이 필요하다. 그 결과 반응 단면적이 극도로 작아지고, 수조 번의 충돌 시도 중 단 한 번 성공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러시아 두브나(JINR) 연구소와 일본의 RIKEN, 독일의 GSI 등에서는 119번과 120번 원소의 합성을 위한 실험을 이미 수차례 진행했다. 그러나 모두 실패로 끝났고, 공식 발표된 성공 사례는 없다. 이는 단지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핵물리학적 구조 자체의 복잡성과도 관련이 있다. 충돌 직후 생성된 원소가 충분한 에너지 장벽을 넘지 못하고 즉시 분열되기 때문에, 안정된 핵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붕괴하는 것이다.

타깃 원소의 제약과 빔 입자 조합의 어려움

초중원소 합성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무거운 타깃 원소에 가벼운 입자 빔을 고속으로 충돌시키는 방식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118번 오가네손은 칼슘-48과 캘리포늄-249의 조합으로 생성되었다. 그러나 119번과 120번 원소는 이보다 더 무거운 핵이 필요하며, 기존 조합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이에 따라 더 무거운 타깃 원소(예: 베르켈륨, 아인슈타이늄)과 새로운 빔 조합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따른다. 베르켈륨이나 아인슈타이늄은 극소량만 존재하며, 인공적으로 생산하더라도 고순도로 정제하는 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이러한 타깃 물질은 매우 방사성이 강하고, 실험 환경에서 안전하게 다루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실험 횟수 자체가 제한되며, 장기적인 실험 설계가 어렵다.

더욱이 새로운 입자 조합은 에너지 조절이 까다롭고, 기존 가속기 시스템과 호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충돌 조건 최적화, 장비 캘리브레이션, 검출 민감도 조절 등 복합적인 기술적 문제가 얽혀 있다. 단순히 입자 충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실험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하고 구현해야 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119번과 120번 원소의 합성은 기술의 한계, 자원의 부족, 실험 환경의 어려움이 맞물려 있는 고난이도 과학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핵 안정성과 붕괴 메커니즘의 물리적 한계

합성이 어렵다는 점 외에도, 119번과 120번 원소가 핵물리학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이론적 가정도 존재한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지며, 이들이 서로 균형을 이룰 때 안정된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번호가 높아질수록 양성자 수가 많아지고, 그만큼 양성자 간의 정전기적 반발력도 커진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더 많은 중성자가 필요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핵 구조 자체가 붕괴되기 쉬운 상태가 된다.

핵 안정성을 결정짓는 이론 중 하나가 ‘안정의 섬(Island of Stability)’ 개념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특정한 양성자와 중성자의 조합(Z=114, 120, 126 / N=184 등)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초중원소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119번과 120번은 이 영역에 근접하긴 해도, 아직 이 섬에 도달하지 못한 가장자리에 위치한 원소들일 가능성이 있다.

즉, 이들 원소는 합성 직후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알파 붕괴나 자발 핵분열을 통해 붕괴해버리며, 이로 인해 검출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짧은 반감기를 가질 수 있다. 반감기가 수 마이크로초 이하라면, 현재 기술로는 검출 자체가 어렵다. 이처럼 물리학적 관점에서도 119번, 120번 원소는 존재하기 매우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검출 기술과 데이터 해석의 한계

초중원소의 합성에서 또 다른 문제는 검출 기술의 민감도와 반응 속도이다. 설사 어떤 실험에서 119번 원소가 생성되었더라도, 그 수명이 너무 짧아 검출기가 반응하지 못했다면 존재 자체가 인지되지 않는다. 현재 사용되는 검출기들은 고감도 반도체 검출기나 입자 비행시간 측정기 등을 포함하고 있지만, 반감기가 극단적으로 짧은 원소의 경우에는 데이터로 남기기도 전에 붕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생성 원소가 붕괴하는 방식이 기존에 알려진 붕괴 패턴과 다르다면, 이는 새로운 붕괴 경로로 해석되어야 한다. 예컨대, 특정 붕괴가 알파 붕괴인지 자발 핵분열인지 구분하는 문제, 중간 생성물의 에너지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문제, 잔류 핵의 질량을 계산하는 문제 등은 모두 고차원적인 데이터 해석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 연구자의 해석 능력뿐 아니라, 인공지능을 포함한 데이터 처리 알고리즘의 정확도도 큰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초중원소 붕괴 패턴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예측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처럼 기술적인 검출 능력과 해석 과정의 복잡성은 119번, 120번 원소의 실험적 발견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과학 외적 요소: 국제 경쟁, 자원 문제, 정책의 장벽

마지막으로, 119번과 120번 원소가 아직 발견되지 못한 이유는 과학 외적인 요소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초중원소 연구는 극도로 고비용, 장기간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단순한 연구 과제가 아니라 국가 과학정책, 자원 배분, 국제 협력 구조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미국, 러시아, 일본, 독일 등의 주요 연구기관은 각자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연구 속도와 방향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러시아 JINR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초중원소 발견 실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예산 삭감과 국제 협력 축소로 인해 장기 실험의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일본 RIKEN은 니호늄을 발견한 이후 후속 실험을 계획했지만, 고순도 타깃 확보 문제와 인력 이탈 등의 이유로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이처럼 119번과 120번 원소의 발견은 기술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과학 시스템 전반의 의지와 지원 구조에 좌우된다.

또한, 초중원소 발견은 국가 과학 브랜드와도 직결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각국 간의 경쟁과 협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외적 요소들은 실험 진행을 가속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연시키기도 하며, 일정 부분에서는 발견 결과의 공식 발표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론

119번과 120번 원소는 단순히 발견되지 않은 원소가 아니다. 이들은 핵물리학의 한계, 실험 기술의 정밀도, 자원 제약, 그리고 과학 시스템의 구조까지 모두 아우르는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존재다. 이 두 원소의 발견은 단순한 과학적 쾌거를 넘어, 인류가 어디까지 물질의 본질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는 실패가 아닌 과정이며, 과학의 전진은 언젠가 이 두 원소의 존재를 현실로 끌어올릴 것이다.